- 등록일 201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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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웅(대한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 회장)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지난 4월25일 발생한 네팔 지진 대재앙으로 현재까지 7000명 이상이 생명을 잃으면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다시 기억되게 되었다.
차원은 다르지만 올해 4월은 종합건설업계에 있어서도 자칫 잔인한 달로 인식될 것 같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10일 소규모 복합공사의 범위를 현행 3억원에서 1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을 전격적으로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금 중소종합건설업계는 쓰나미급 충격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입법예고 내용은 건산법상 종합건설업의 영업범위를 부정하는 것으로, 특히 10억원 미만 공사는 건수 기준으로 78.7%나 차지하고 있고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수주에 대기근을 느끼고 있는 이때에 중소종합건설업계 시장의 상당부분을 전문건설업계에 내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이번 입법예고 내용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건산법령상 엄연히 건설업 업역체계를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으로 나눠 종합건설업체는 복합공정을 종합적으로 계획 관리 및 조정하여 시설물을 시공하는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고, 전문건설업체는 전문공종 해당 공사를 직접 시공하도록 되어 있다. 업체는 선택하는 업종과 영업범위에 따라 상응하는 건설기술자 및 자본금 등 등록기준을 갖추어야 하고, 이 기준은 종합과 전문에 따라 크게는 5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그럼에도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해 주었던 전문건설업의 복합공사 수주 가능 대상을 10억원까지 확대토록 하는 것은 건설업의 업역체계와 영업범위를 뒤흔드는 일로 도리어 예외가 기본이 되어 비정상을 정상으로 인정해주는 결과가 된다. 이는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 정책과도 정면 상치되는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각자 선택한 업역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가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인위적으로 종합업계의 시장을 전문에 나누어 주겠다고 하는 것은 다분히 시대 역행적인 발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종합건설업체 중 98.6%가 중소기업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정부가 내세우는 중소기업 정책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번 입법예고는 규제 기요틴 과제의 하나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 등록제를 채택하고 업종에 따라 영업범위와 등록기준에 차이를 두는 것은 시민과 시설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이다. 또한 업체는 자유롭게 종합과 전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되고 있다. 이것이 건설산업기본법의 원칙이다. 그런데 이것이 왜 규제 기요틴에 해당된다는 것인가? 오히려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건설업체의 영역에 무임승차하도록 허용한다면 이는 어렵게 등록기준을 갖추어 영업하는 98.6%의 중소 종합건설업체들에는 심각한 역차별 정책이 될 뿐이다.
종합과 전문의 업무영역과 등록 기준에 뚜렷한 차이가 있음에도 일정영역에서 동등하게 수주할 수 있도록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변화일까? 이는 시장 내 혼란과 갈등을 야기시키고 정부의 과도한 보호제도에 업체는 안주하게 되어 경쟁력을 상실하고 결국 건설산업을 후퇴시킬 뿐이다.
사회가 다원화ㆍ복잡화되면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정부의 정책은 최소한 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경영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정부가 정책 결정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아 균형을 잃는다면 그 정책은 결코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종합건설업계의 절박한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문제로 더 이상 국토부와 종합건설업계가 소중한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국토부가 종합건설업계의 의견을 반영하여 조속히 입법예고안을 철회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믿는다.
지금 정부와 건설업계가 건설시장의 확충과 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지속적인 해외시장의 개척,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시설물의 내진보강, 주요 인프라시설의 급속한 노후화에 따른 시설물의 유지보수, 그리고 수요변화에 대비한 시설물의 성능개선 등은 시급히 처리되어야 할 사안들이다. 또, 한편으로는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한 표준시장단가의 조기 정착, 최저가낙찰제를 대체할 종합심사낙찰제의 제도적 보완, 원ㆍ하도급 간 상생협력 방안의 강구 등 제로섬 게임이 아닌 정부나 발주자, 종합건설업자, 전문건설업자 모두가 윈ㆍ윈할 수 있는 방안모색에 힘을 합칠 때라고 생각한다.
신록의 계절인 5월에 잔인한 4월의 아픈 기억을 잊고 다시 희망을 노래하여 이 어려운 건설산업의 상황을 다같이 슬기롭게 뜻을 모아 극복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