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201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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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를 만나기 위한 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국내 대학병원에서는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문화도 있다. 예약 시간이 한참 지난 상황에서도 대기하는 환자들은 많고, 진료를 이어가는 의사는 바쁘다.
국내의 노후 시설물도 비슷한 신세다. 차이점이라면 긴급 환자라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치료비가 부족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로와 철도, 상ㆍ하수도, 공공임대주택 등 안전 문제에 노출된 시설물은 늘고 있다. 2008년 말 기준으로 교량, 댐, 하천, 도로 등 30년 이상 된 노후 인프라 시설 비중은 전체 대비 8.4% 수준이다. 10년 후에는 21.55%까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만큼 시설물의 안전과 성능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비용을 따지면 천문학적 수치에 달한다.
미국은 2000년 초 개선이 시급한 'D등급’ 노후 시설물에 대한 문제를 진단했지만, 재정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결과는 안전 사고 방치라는 비난으로 이어졌다. 2001년 당시 2600억달러로 추정된 개선 비용도 2013년 4500억달러로 급증했다.
우리 정부도 노후 시설물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산마저 감축하고 있다. 실제 국가재정 운용계획에는 SOC 예산을 연간 6.8% 감축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올해 23조3000억원인 예산이 2019년에는 18조7000억원으로 감소한다.
그렇다고 노후 시설물을 "괜찮겠지”라며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 필요한 정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활용하는 역발상이다.
일본은 이미 시작했다. 노후 시설물 성능 향상에 필요한 기술인 스마트센서, 빅데이터 분석, 남은 수명 예측 기법 등 미개척 분야를 헤쳐가고 있다. 이러한 대응책을 남의 이야기로만 끝내선 안 된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이러한 시대를 이끌어 갈 마중물의 역할을 못한다면 민간기업과 힘을 더하는 방안을 살펴봐야 한다. 민관이 힘을 합친다면 세계 노후 시설물 개선 시장의 선도자로 설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사업시행자가 일정 기간 관리운영권을 인정받아 타인에게 사용토록 하는 'RTL(Rehabilitate-Transfer-Lease)’ 방식 등을 검토해볼 만하다.
중국이 수자원 인프라 시설 유지ㆍ관리에 적용한 'TOT(transfer-operate-transfer)’도 테스트할 수 있다.
민자사업은 분명히 '외상’으로 공사를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노후 시설물의 안전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이 낸 세금을 서울의 노후화된 도로에 쏟아붓지 않아도 된다. 세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요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는 게 민자의 특징이기도 하다. 과감한 정책 제안은 건설산업의 미래를 바꿀 전환점이자 경제를 활성화할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장마 때마다 반복되는 '물폭탄’ 피해 대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병원들이 IT를 접목한 '스마트병원’으로 전환하며 '3시간 대기, 3분 진료’의 불편을 바꿔가고 있다. 환자의 편의를 최우선에 둔 전략이다.
노후 시설물의 개선 정책도 국민의 편의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
한형용기자je8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