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20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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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내 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 소식에 건설업계의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남북교류협력 활성화’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남북경협’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6일 대한건설협회 서울시회(회장 허숭)가 주최한 '건설분야 남북협력사업 진출전략 설명회’에서 "그동안 남북경협의 '정경분리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정치적 리스크가 상존했다”며 "새로운 남북경협을 위해선 지금의 제도를 수정한다는 차원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제도를 창안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이 변호사는 "'금지된 것을 허용’(포지티브 규제)하는 것이 아닌 '허용된 것을 관리’(네거티브 규제)하는 방식으로 바꿔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국민과 기업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남북경협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 변호사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로, 20여년간 통일부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교류협력과장 등 남북교류 실무를 담당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 남북경협과 북한 투자를 위한 법ㆍ제도가 '남한 법제-합의서-북한 법제’의 3원적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합의서를 매개로 남한과 북한의 법제가 연결되지만 남과 북이 각각 자기 법령을 적용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남한과 북한, 국가와 국민ㆍ기업이 함께 공통으로 적용되는 단일제도 구축이 목표”라고 밝혔다.
과거 남북경협의 한계로는 △정치적 리스크 상존 △투자보장 체제 미비 △북한의 인프라 부족, 법치주의 미비 등을 꼽았다. 대북 제재 체제란 더 큰 변수도 고려 대상이다. 유엔 제재가 다소 유연하고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과의 관련성을 중시하는 반면, 미국의 제재는 강경하고 포괄적이며 재량적 판단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실제로 담당했던 기업 전문가들은 대북사업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기업과 정부의 공동보조를 강조했다.
현대아산 상무 출신의 김영수 태평양 자문위원은 "실제 대북사업 과정에서 북측 경협 기구와 협상 시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우선, 사업 주체의 비대칭성과 전문성 문제를 제시했다. 북측 사업자는 당국 또는 준당국이고, 10년 이상 경력의 대남 사업 경험을 가진 데 비해 남측은 민간기업에다, 전문성도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이다. 독점구조인 북측과 경쟁구조인 남측의 여건도 달랐다.
개념 인식도 달랐다. 북측에선 수익과 '비용의 개념이 부족하고, 정치ㆍ군사적 상황과 연계돼 사업 외적 부담도 컸다.
협상력 측면에서도 차이를 나타냈다. 북측은 홈그라운드라는 이점에다, 벼랑 끝 전술 등 당국 방침이 일관돼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 반면, 단기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남측에선 사업자의 조급함과 합의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 대북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낮췄다고 평가했다.
사업 자체의 리스크도 컸다. 사업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부재했다. 실제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빼면 대북사업에 참가한 남측기업 대부분이 적자였다. 북한 내수시장과 개발방향을 연계하지 못하면서 사업의 안정성도 나빠졌다.
김 위원은 "기업 사정에 맞는 전문분야 중심으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실행계획을 단계별로 세밀하게 수립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독자적 사업으로 할 것인지, 정부 사업 참여 수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경영적 판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출입, 통신, 통행 등에 대한 글로벌스탠더드 수준의 북측 조치를 요구하고, 남북경협 관련 남측의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며 "북한이 사업권을 매개로 남측기업의 과도한 경쟁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과당경쟁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는 최근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건설기업 등 대북사업 담당자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정부는 경의선(개성∼신의주 412㎞), 동해선(고성∼두만강 781㎞)에 대한 철도 공동조사를 시작으로 연내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북한 철도 현대화 공사는 북한 비핵화 속도에 따라 시행 시기가 결정될 전망이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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