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201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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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안전하지 않다
대한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회장 박종웅)는 작년 서울시 인프라 투자의 미래방향을 제시한 '글로벌 톱 5 도시를 향한 서울시 인프라 투자방향’ 보고서를 발간한 데 이어 올해는 '서울시 인프라 시설의 안전 및 성능 개선 정책방향’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이 연구에는 대한토목학회와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참여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와 지자체들이 앞다퉈 안전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도시 안전의 핵심 요소인 주요 인프라시설 안전에 대한 정책과 투자는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다고 서울시회는 지적했다. 서울의 주요 인프라는 1970∼80년대 집중적으로 건설됐다. 30∼40여년 전 지어진 이들 시설은 이제 노후화가 심각하게 진행됐고, 폭우 등 자연재해에도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뉴욕과 도쿄,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 도시들은 인프라의 유지관리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성능을 개선하면서 안전을 확보하고 시민 삶의 질 향상에 나서고 있다. 서울도 이 같은 선제적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연구기관들과 서울시회는 지적했다.
이 연구용역 결과는 이미 서울시에도 제출돼 박원순 시장이 '용역이 용역으로 끝나지 않도록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서울시 차원에서도 정책 반영을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서울의 인프라 전반에 대한 실태와 개선방향, 재원조달 방안까지 제시한 연구용역을 통해 서울시 인프라의 현주소와 정책 방향을 짚어본다.
내려앉고 새고 금가는 인프라
도로·교량·하수도 주요 시설 모두 노후화 심각
#지난 2010년과 2011년 여름 서울 강남역 일대는 게릴라성 집중 호우로 물바다가 됐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강남지역 침수로 말미암은 재산피해액은 224억원, 복구비용은 832억원, 이재민은 1만3000명에 달했다.
#2014년 8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서 싱크홀(지반침하)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이후 송파구는 물론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싱크홀은 더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게 됐다. 발생 지역마다 원인이 다르지만, 전문가들은 오래된 땅속 하수관로가 손상되면서 도로가 내려앉은 것으로 지목했다.
낡은 서울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안전문제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고 안전대책이 앞다퉈 나왔지만, 노후 인프라의 안전제고와 성능개선은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가 의뢰해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가 수행한 '서울시 인프라 시설 실태평가 보고서’는 낡은 서울의 민 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도로와 교량, 지하철, 하수관 등 주요 인프라 모두가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수관의 노후화는 최근 사회문제로 부각한 도로 침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땅속 하수관이 손상되면서 지반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현재 도로 함몰의 85%가 하수관 노후와 손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 전체 하수관(1만392㎞) 가운데 48.3%인 5023㎞가 설치한 지 30년이 넘었다. 50년이 넘은 하수관도 30.5%인 3174㎞에 달한다. 게다가 30년 이상 노후 하수관은 매년 260㎞씩 늘어나고 있다. 이대로 놔두면 노후화가 누적돼 이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서울대 건설환경연구소는 분석했다.
문제는 돈이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사고가 발생한 후 보수에 나서는 사후 처리 위주로 하수도관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50년 이상 노후 관로를 집중적으로 교체할 계획인데 여기에도 4068억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상수관 역시 낡아 연간 90만t 이상이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상수관로는 총연장 2만2062㎞ 가운데 44%인 7054㎞가 설치된 지 20년이 넘었다. 25년 이상이 넘은 상수도관은 전체의 27%인 3729㎞에 달한다. 게다가 20년 이상 노후 상수관로는 매년 438㎞씩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90만2400t의 수돗물이 새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수돗물 평균 생산원가(849.3월/t)로 환산하면 연간 7억7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교량 358곳 가운데 122곳 노후화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도로 파손은 27만4975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도로파손이 교통사고로 이어진 건수는 2173건이다. 특히, 도로파손 건수와 교통사고 건수는 비례관계를 보인다고 서울시는 분석했다.
특히, 서울시 도로 대부분은 건설된 지 20년 이상 지나서 포장 노후화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서울대 건설환경연구소는 내다봤다. 집중호우와 겨울철 폭설 등 이상기후와 버스전용차로로 인한 반복된 집중 하중도 도로포장 노후화를 급속화하는 요인이다.
교량의 경우 서울시 교량 358곳 가운데 사용연수 30년 이상의 노후화 교량은 122개로 전체의 34%를 차지한다. 이 같은 노후 교량은 매년 평균 9개씩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10년 후인 2025년에는 사용연수 30년 이상인 노후화 교량은 211개(59%)로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현재 보수가 필요한 안전등급 C등급 이하 교량은 19개이다. 2025년에는 47개로 늘어난다. C등급은 주요 부재에 내구성, 기능성 방지를 위한 보수가 필요하거나 보조 부재에 간단한 보강이 필요하며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다.
서울대 건설환경연구소는 향후 10년 동안 C등급 교량 47개를 보수하는데 1조8267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14년 기준 서울시 교량관리 예산은 815억원에 불과하다. 서울시 재정투자계획으로는 매년 1011억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철도탈선 원인 절반 이상이 노후화
2006년 이후 철도탈선사고 48건의 원인 가운데 절반 이상인 28건이 철도시설 노후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서울시 지하철은 2014년 10월 기준으로 총 327.1㎞다. 지하철 1∼4호선 총 연장 137.9㎞ 중 20년 이상 된 시설은 84.5%인 116.5㎞에 달한다. 특히, 1∼4호선은 1992년 도시철도 안전기준 제정 이전에 준공돼 재난대피시설, 각종 설비가 현행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진성능에 있어서도 5∼8호선은 이를 충족하고 있지만, 1∼4호선은 전체의 38.6%인 53.2㎞가 내진성능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울메트로의 만성적인 적자와 신규사업에 치중한 예산배정으로 유지보수 예산은 부족하다. 총사업비 9741억원이 더 필요하지만, 예산배정 추이를 볼 때 사업 완료까지는 13년이 걸린다는 것이 서울대 건설환경연구소의 분석이다.
학교 시설의 노후화도 심각해 학생들은 열악한 교육환경은 물론 안전문제에도 그대로 노출돼 있다.
지난 1967년 완공된 서울 은평구 A고교 별관에는 지난해 벽면에 30㎝에 이르는 균열이 1m 이상 생기면서 벽 전체가 내려앉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학교는 시설물 안전점검에서 D등급을 받아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됐다.
이 같은 D등급 학교시설은 31동에 달한다. 30년 이상이 지난 학교 시설이 늘어나면 안전등급 D등급과 E등급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 30년 이상된 노후 학교시설은 매년 72개동씩 급격하게 증가할 예정이다.
김정석기자 jskim@
서울시민 10명 중 3명 인프라 '안전하지 않다’
도로는 절반 이상(50.4%)이 안전 불만족
서울시민 10명 중 3명은 서울지역 인프라가 '안전하지 않다’라고 느끼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4월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시 공공시설 안전 및 성능 관련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인프라 안전상태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이 2.5%, '안전하지 않다’는 26.6%를 차지했다. 전체의 29.1%가 부정적인 응답을 한 것이다.
반면, '안전하다’는 20.0%, '매우 안전하다’는 1.2%의 응답률에 그쳤다. 나머지(49.7%)는 '보통이다’라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시민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시민 비율이 3대 2로 안전하지 않다는 쪽이 많았다.
시설물별로 살펴보면 도로는 '안전하지 않다’와 '전혀 안전하지 않다’에 응답한 시민이 50.4%에 달해 가장 많았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서울지역 도로 안전에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싱크홀 발생이 잇따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싱크홀의 원인으로 지목된 하수도에 대한 안전도 불만족 응답도 42.6%로, 도로와 침수저감시설(47.9%) 다음이었다.
이어 △하수도 42.6% △전통시장 37.6% △상수도 35.5% △교량 35.3% △학교 26.3% △지하철 25.5% △체육시설 23.7% 순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이 많았다.
인프라 성능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도 좋지 않았다.
조사대상자 1000명 가운데 35.1%가 '우수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보통이다’는 50.3%였다. '우수하다’는 14.6%에 그쳤다.
최석인 건산연 연구위원은 "현 서울시 인프라시설의 안전도에 대해 불만족과 만족의 비율이 3:2인 것으로 조사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수치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향후 서울시는 주요 인프라의 노후화와 재해·재난에 대비한 보다 종합적인 안전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정석기자 jskim@
원문 url : 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1508240842512030979§ion=S1N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