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2017-08-04
- 담당부서
- 조회수76
'제값 주고 제대로 시공' 문화 정착 최우선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추진하고 있다. 개헌을 통해 지자체장들로만 구성된 '제2 국무회의’ 신설도 약속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막대한 권한을 넘겨준다고해서 지방분권이 저절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홀로서기는 재정자립이다. 그리고 재정자립의 기반은 경제와 일자리다. 지역경제일수록 건설산업의 역할이 크다. 지역 내 총생산액(GRDP)에서 건설투자의 비중은 무려 15.6%다. 건설업의 일자리 창출력을 뜻하는 고용유발계수(10.2)는 전산업 평균(8.2)보다 훨씬 높다. 지역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대한건설협회 시ㆍ도회장들에게 지역경제 활성화 해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지역경제일수록 '건설' 역할 커
적정공사비 확보, 정상화 출발점
도시재생 뉴딜 물량 창출 기대
"제값을 줘야 제대로 된 시공이 가능하고 건설산업 이미지도 함께 개선될 수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대한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 제25대 회장으로 선출된 허숭 신임 회장(청광종합건설 대표)은 "적정 공사비 확보가 건설산업 정상화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시가 발주하는 2억∼100억원 규모의 종합공사에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를 의무화하고 2019년까지 직접시공비율을 100%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서울시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는 근로자에 적정 임금(시중 노임 단가 이상)을 줘야 한다. 이른바 '건설업 혁신 3불(不) 정책’이다.
허 회장은 "하도급 불공정, 근로자 불안, 부실공사를 없애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근본원인을 찾아 바꾸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제값 받고, 제대로 시공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불법 하도급이 사라지고 적정 임금과 직접 시공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전기차 충전소를 예로 들었다. 전기차 충전기는 급속 충전기를 쓰면 차 한 대를 충전하는데 15∼30분이면 된다. 하지만 완속 충전기는 기기 성능에 따라 4∼8시간까지 걸린다. 제대로 된 충전 인프라 없이는 전기차 보급이 어려운 이유다.
그는 "민간 아파트에는 급속 충전기가 비싸서 많이 설치 못하고 대신 완속 충전기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며 "설치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급속 충전기를 외면하면 전기차 보급이 안되는 것처럼 적정 공사비도 예산부담이 좀 들더라도 땜질식이 아니라 '제값주기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허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50조원 규모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오래되고 낡은 도시’인 서울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곧바로 건설공사 물량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사업추진에 장시간이 걸리지만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로 건설물량 창출에 매우 긍정적인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5년간 매년 10조원씩 공적재원을 투입해 500여개의 구도심 및 노후주거지를 되살리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서울시도 지난 2월 '서울형 도시재생 신구지역’으로 17곳을 선정해 200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키로 했고, 지난달에는 새 정부의 뉴딜사업에 부응해 희망사업지 14곳을 추가 선정했다.
서울지역은 노후 인프라 성능개선 사업에서도 가장 앞서가고 있다. 건협 서울시회의 노력으로 지난해 전국 지자체 최초로 '노후 기반시설의 성능개선 및 장수명화 촉진 조례’가 만들어졌다. 지난달에는 향후 5년간 노후 인프라 개선에 7조원대 투자계획(서울 인프라 다음 100년 프로젝트)을 내놨다. 허 회장은 "노후시설을 시설물별로 단순 교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변시설까지 한꺼번에 교체하거나 개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허 회장은 "1000만명이 사는 메갈로폴리스인 서울이 좀 더 즐겁고 볼거리가 많은 도시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계적인 박람회 등 다양한 컨벤션을 유치할 시설을 더 짓고 파리 에펠탑이나 뉴욕 브로드웨이처럼 창의적인 문화거리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면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산업이 창출돼 자연히 건설 물량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서울지역 중소건설업체는 발주물량 가뭄과 공사비 부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는 건설산업의 경쟁력 기반을 붕괴시키고 공공 시설물의 품질과 안전저하로 이어져 국민들의 피해로 직결된다. 허 회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건축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새로운 형태의 개발사업에 중소건설업체들이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금융ㆍ세제 지원 등을 추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기업들도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선 기존 영업방식과 업역에서 벗어나는 끈임없는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일본 건설사들은 '하자보수’란 개념을 모른다. 하자는 당연히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인식의 전환, 혁신들이 축적돼야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건설산업이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